분류 전체보기 썸네일형 리스트형 중남미여행 / 과테말라 파나하첼, 국경을 건너다 산 크리스토발 데 라스 카사스에서 아침 일곱 시부터 대기하고 기다리다 여덟 시가 다 되어갈 때쯤 버스를 탔다. 과테말라를 향해 출발했다. 점심 무렵 멕시코와 과테말라 출입국 사무소를 지나 과테말라 국경을 통과했다. 걸어서 국경을 통과해보기는 처음이었다. 여권에 도장만 몇 번 찍으면 끝이라니, 기분이 묘했다. 곁에서 환전상들이 계속해서 달라붙었다. 멕시코와 과테말라에서 각각 출국세와 입국세를 내도록 한다고 해서 긴장하고 있었는데 그런 요구는 없었다. 이곳에서 버스를 갈아타고 한참을 달렸다. 비가 쏟아지기 시작해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계속 내렸다. 산 크리스토발 데 라스 카사스에서 과테말라 빠나하첼까지 10시간 걸린다더니 12시간이나 걸렸다. 폭우로 인해 곳곳에서 산사태가 일어났고 도로가 엉망이 되었다. .. 더보기 중남미여행 / 산 크리스토발 데 라스 카사스, 비 온 뒤 투명해지는 거리 산 크리스토발 데 라스 카사스(San Cristóbal de las Casas)에서 이틀째 밤. 다음날 아침 과테말라 빠나하첼행 버스를 예약하고 거리로 나섰다. 날이 잔뜩 흐렸다. 우기인지라 날씨 변덕이 심하다. 해발 2100m 위에 위치한 고지대라 춥기까지 하다. 산 크리스토발 데 라스 카사스의 건물은 파스텔 톤의 색감을 지녔다. 유럽식 좁은 자갈길과 건축 양식이 두드러진다. 식민지 건설을 위해 조성된 계획 도시의 특징이 잘 보인다. 돌로 이루어진 차도와 인도는 비로 흠뻑 적실 때 더욱 걷고 싶어지도록 유혹한다. 과일과 채소로 가득한 재래시장과 민예품 시장은 한번 둘러보기 시작하면 눈길을 떼기 어렵다. 시장 상인 곁에 앉아 있는 아이들의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다. 시장의 풍경은 언제나 정겹다. 첫날 묵.. 더보기 중남미여행 / 멕시코 고대문명의 흔적, 몬테알반 와하카 근교 해발 2000m 높이의 산 정상에 남겨진, 고대도시의 유적지 몬테 알반. 에스파냐어로 '흰 산'을 의미한다. 기원전 8세기경부터 형성되기 시작해 5~6세기 번영기를 누린 사포 텍 문화의 중심지로 오랜 기간 단단한 산을 깎아 내면서 조성한 도시다. 이곳에 축조된 거대한 신전과 제단, 피라미드에서 사포텍의 제사 문화를 엿볼 수 있다. 이 제의적 공간에 응집된 고대인들의 상상력과 현대 문명 사이의 간극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저 계단 너머엔 어떤 풍경이 기다리고 있을까. 경계선 너머의 다른 세계에 진입하기 직전, 묘한 긴장감 같은 것이 느껴졌다.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사진으로 봤던 것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사진으로는 그 규모를 가늠하는 데 한계가 있었으니까. 신전과 계단, 피라미드 등 거.. 더보기 중남미여행 / 와하카, 강렬한 햇살의 기억 다시 멕시코시티행 버스를 탔다. 와하까(Oaxaca)로 가기 위해선 그곳을 거쳐야 하니까. 과나후아토에서 멕시코시티를 경유하여 와하카에 당도하기까지 12시간 정도 걸린 것 같다. 도시와 도시를 옮겨 가는 동안 무수히 많은 풍경을 뒤로 흘려보내야 했다. 앞으로도 많은 날들이 남아 있는 이 여행길에선 내 몸에 익숙한, 시간에 대한 관념을 달리할 필요가 있었다. 짧은 시간 단위에 연연하는 태도로는 아마도 광막한 이 대륙에서 배겨 내지 못할 것이다. 새벽녘 버스터미널에서 시내로 향하는 버스를 탔는데 잠깐 넋을 놓은 사이 내릴 곳을 지나친 듯했다. 당황해서 주변의 승객들에게 물어봤지만 다들 스페인어로 말하니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한 청년이 내게 영어를 할 줄 아느냐고 물었는데 본인도 영어를 그리 잘 하진 못하는.. 더보기 중남미여행 / 과나후아토, 형형색색의 도시 과나후아토(Guanajuato). 멕시코 중앙 고원지대에 위치한 도시로, 스페인의 식민 지배 시기인 16세기 은광이 개발되면서 세계 최대 은 생산지로 번영을 누렸다. 지금까지 남아 있는 바로크 양식과 신고전주의 양식의 웅장한 건축물과 다양한 문화 예술 유산은 모두 그 시기에 만들어졌다. 중세도시의 흔적은 1988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보존되고 있다. 과나후아토는 형형색색의 색감을 자랑한다. 하늘이 맑게 갠 날, 그 진가가 드러난다. 눈이 시리도록 푸른 하늘, 손에 잡힐 것 같은 구름, 알록달록한 색감의 건물이 그림처럼 어우러진다. 고풍스러운 건물과 조약돌이 깔려있는 골목을 누비는 것만으로 충분히 즐겁다. 곳곳에서 울려 퍼지는 흥겨운 리듬과 사랑의 세레나데가 밤의 풍경을, 따가운 햇살에 반사.. 더보기 중남미여행 / 멕시코시티, 여행의 시작 지난밤 처음 발을 디딘 낯선 땅, 밤 거리는 온통 비로 젖어들고 있었다. 공항 밖을 나서려는데 발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멕시코시티. 아무런 연고도 기억도 없고 어떠한 환상도 품은 바 없는 이곳에 나는 왜 있는 걸까. 16시간을 날아와 시차 적응에 괴로워하며 잠 못 이룬 밤, 내내 이런 의문이 날 괴롭혔다. 불현듯 외로움이 밀려왔다. 누군가 옆에 있었다면 조금은 덜했을까. 하나 마나 한 생각이 자꾸만 머릿속을 맴돌았다. 창문으로 새어 들어오는 어두운 빛이 점차 푸른 빛깔로 변해 갈 때까지 수십 번을 뒤척이다 결론을 내렸다. 아직 이 낯선 땅에서 맞이한 밤의 리듬에 익숙해지지 않은 탓이라고. 끊임없이 요란하게 울려퍼지던 사이렌 소리와 탄식을 내뱉듯 쓰레기 수거차가 내는 육중한 기계음이 뒤섞인 불협화음도 .. 더보기 중남미여행 / 지구 반대편, 은밀한 손짓 서른 중반, 회사를 그만두기로 마음먹었을 때만 해도 중남미 여행은 계획에 없었다. 몇 가지 퇴사의 변 중 하나로 여행을 슬쩍 끼워 넣었을 뿐이었다. 면담 자리에서, 생각해둔 퇴사의 변을 모두 동원하고 여행 계획까지 들먹인 다음에야 내 입장을 관철시킬 수 있었다. 그때 내 입에선 몇 달간 혼자 중남미로 여행을 떠날 거라는, 계획에도 없던 말이 술술 나왔다. 적어도 회사를 그만두고 여행을 갈 정도라면 지구 반대편이 여행지로 적당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었을지 모르겠다. 사실 중남미 여행을 생각하게 된 건 이미 몇 년 전 홀로 그곳을 다녀온 친구의 영향이 컸다. 친구는 애초 계획한 6개월 여행으로도 부족해 6개월을 더 그곳에 눌러앉았다. 여행 에피소드를 들려주며 내게 바람을 잔뜩 넣던 친구의 초롱초롱한 눈빛이.. 더보기 새벽 5시, 눈을 뜨다 희한하게도 새벽 5시 무렵, 눈이 저절로 떠졌다. 내일은 새벽에 일어나고 싶다, 이제부터 아침형 인간이 되고 싶다고 되내며 잠들었는데 정말 효과가 있었던 걸까. 일어나자마자 이를 닦았다. 여전히 창밖은 어둑하다. 스탠드를 켜고 책상 앞에 앉았다. 디카페인 커피 한 잔으로 잠을 쫓는다. 잠들기 직전까지 집안 곳곳을 파고들던 빗소리가 여전히 귓가를 맴돈다. 그래서인지 전날 밤과 깨어 있는 이 순간의 경계가 모호하게 느껴진다. 이제 막 일어나서 맥북 앞에 앉아 있을 뿐인데 지금까지와 다른 하루가 펼쳐질 거란 예감이 든다. 어제와, 또 그제와 별반 다르지 않고 특별하지 않은 일과를 보낼지라도 이미 내 마음은 평범하지 않은 까닭이다. 새벽에 일어나면 토막글이든 무엇이든 글을 쓰고 아침 일찍 집을 나서는 일상적인 .. 더보기 이전 1 2 다음